동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손진욱 부원장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는 일상적으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겪은 후에 다양한 정신 증상을 보이는 심각한 정신질환입니다. 외상(外傷)은 신체 표면의 상처를 나타내는 말하기 때문에 ‘trauma’를 기계적으로 외상이라고 번역한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의 외상은 신체적 손상이 아니라 ‘정신적 충격’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져오는 사건들은 천재지변(지진, 홍수 등), 화재, 전쟁, 신체적 폭행, 고문, 성폭행, 인질사건, 소아학대, 교통사고, 선박 침몰이나 항공기 추락, 붕괴 및 매몰, 산업재해, 테러, 왕따 등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방화, 연천 내무반 총기난사,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 해적에 의한 피랍 등 연이은 대형사고는 물론, 개인적으로 겪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시켜 개인적․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외상후 증후군 등으로도 불리며, 특히 증상이 사고 후 4주 이내에 나타나고 지속 기간이 2일에서 4주 이내인 경우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라 하여 따로 취급합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발생시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발생시기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아주 다양합니다. 증상이 충격 직후에 시작되기도 하고 30년이나 지난 후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증상은 시일이 지남에 따라 변화되는데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만나면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의 30%는 완전히 회복이 되나, 40%는 경한 증상을 20%는 중등도의 증상을 갖고 살아가게 되며, 나머지 10%는 아예 회복되지 않거나 오히려 갈수록 악화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사례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군 DMZ(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에서 발생한 김동민 일병 총기난사 사건- 사회는 이미 이 사건을 잊었지만 본지 확인 결과 생존 병사들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서울 A대학병원 정신과, 초췌한 표정의 한 군인이 진료실로 들어섰다. 지난 6월 19일 경기도 연천 GP 총기난사 사건 당시 목숨을 건진 병사 B씨다.
담당 정신과 교수가 그의 병력(病歷) 기록을 보고 상담한 결과, B씨는 사건 직후부터 꿈에 자신이 보았던 동료 병사의 시신이 자꾸 나타나 잠을 잘 수 없고 이유 없이 계속 무서운 느낌이 드는 등 심리적으로 극도로 불안한 상태였다. B씨는 심지어 “혼자서는 화장실에도 갈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더구나 B씨는 사고 당일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서 취침을 한데 대해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원래 내 자리에서 잤다면 내가 죽었을 텐데---, 동료가 나를 대신해 죽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사례2 - 동원호 사건
지난 2006년 4월 소말리아 주변 해역에서 해적에 납치되었다가 8월 9일 귀국한 동원호 선원들이 납치의 충격으로 악몽 속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30일로 해적으로부터 풀려난 지 한 달을 맞았지만 선원들은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며 수면장애와 우울증 등 온갖 후유증 속에서 자살을 기도하거나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등 심각한 피랍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동원수산과 영도병원 등에 따르면 동원호 선원 8명은 지난달 14일 종합건강진단을 받았으며 이중 4명은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6개월 이상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진단돼 현재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중 기관사 김씨는 지난 8월 중순 자신의 집에서 손목을 흉기로 그어 자살을 시도했으며 아내와 이혼을 하기로 합의하는 등 심각한 고통 속에 시달리고 있다. 항해사 김씨는 “나포되거나 해적들로부터 목이나 손목이 잘리는 악몽을 계속 꾼다”며 수면장애의 고통을 호소했다.
통신장 전씨도 “머리가 아프고 해적들이 단체로 총을 쏴 나를 죽이려하거나 내가 해적들 다리를 칼로 자르는 꿈을 꾸다 잠이 깬다”며 정신적 고통을 하소연했다.(연합뉴스 2006-9-1)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빈도
일반인구 중 1-3%는 평생에 한 번 이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합니다. 그러나 가벼운 증상은 5-15%가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5-75%가 이 병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연령층에서나 나타날 수 있지만 청년기에 가장 많고 미혼, 이혼, 신체 불구, 사회적 소외 등이 발병과 관련이 깊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생명과 생존에 위협이 되는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그러나 같은 사건을 경험한 경우에도 사람에 따라 그 반응하는 정도와 양상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생물학적 및 정신사회적 바탕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위험인자는
1) 아동기의 충격적 경험
2) 경계성, 편집성, 의존성, 또는 반사회적 인격성향
3) 가족 또는 또래 지지체계의 결여
4) 여성
5) 정신질환에 대한 유전적 취약성
6) 최근의 스트레스성 생활변화
7) 사건 해결에 자신이 무력하다는 인식
8) 최근의 과도한 음주 등 입니다.
심리적으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무의식적 갈등이 문제 사건에 의해서 활성화되어 나타난다는 역동적 설명, 과거 충격적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경험 때문에 새로운 자극을 회피하려 한다는 인지행동적 설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물학적으로는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의 활동 이상,
그리고 자율신경계의 과잉 활성화가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주된 양상은
1) 충격 상황의 재 경험,
2) 유사 상황의 지속적 회피와 정서적 마비(emotional numbing),
3) 지속적인 과도 각성(hyperarousal) 상태 세 가지입니다.
환자는 위협적이었던 사고 장면의 반복된 회상이나 악몽을 통하여 끔찍했던 충격 상황을 재경험 합니다.
그리고 과거 사건의 회상이 너무도 괴롭고 불쾌하기 때문에 그와 조금이라도 비슷하거나 관련이 있는 상황을 거의 무의식적 차원에서 회피합니다.
과거 사건에 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려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장소, 사람, 물건, 활동 등을 극구 피하려 합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양상
예로써 성폭행을 당한 여자는 모든 남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지하철 화재 사고를 겪은 사람은 지하상가에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느끼는 정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한 심리적 방어의 하나로써 감수성이 극도로 저하되는 현상, 즉 정서적 마비가 나타납니다.
환자는 또 과도하게 각성되어 잘 놀라고 항상 긴장되어 있으며 별거 아닌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양상 그리고 이런 과도각성은 불면, 악몽, 분노 폭발, 참을성 저하 등의 증상을 일으킵니다. 이외에도 흔히 우울, 불안, 해리반응, 공황발작, 충동적 언행, 환각, 피해망상 등의 증상을 보이며, 희생자에 대한 죄책감과 수치심에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재되어 있던 정신병이 표출되거나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배우자에 대한 증오심과 공격성이 다시 활성화되어 가정 파탄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더러는 약물 의존이나 알코올 중독 환자가 되기도 합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단기간의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로 조기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의 정신치료에서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말로 표현하도록 해주고, 지지와 격려를 보내며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물치료로서는 증상에 따라 항우울제, 항불안제 및 수면제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빨리 이전 업무에 복귀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병동이나 외래에서 약물치료,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가족치료, 집단치료, 최면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개인과 상황에 맞게 적절히 섞어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안구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 기법이 이용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인위적인 안구운동을 통하여 환자의 정서적․인지적 고통을 줄여주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궁극적인 치료 목표는 삶의 질을 총체적으로 향상시켜 주는 것입니다.
건강한 식생활, 좋은 수면, 금연과 절제된 음주, 약물남용의 금지, 규칙적인 운동, 적절하고 따뜻한 인간관계 등 인간생활에서 기본이 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을 가급적 빨리 회복․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심리적 상처로 갈가리 찢어지고 한없이 초라하고 나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근본적인 치유, 더 나아가 정신적 성숙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재난, 사고에 대한 대응
개인이나 사회가 겪는 모든 재난을 하늘의 뜻, 운명이나 운수소관 또는 불가항력적인 힘의 탓으로 돌려 아예 극복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거나 무조건 순응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런 현상은 대개 회피, 합리화(合理化), 투사(投射) 같은 일종의 심리적 방어에 의한 것으로 일시적인 불안 억제 효과가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재난에 대하여 냉철히 검토하고 성찰하면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 더 나아가 그런 고통과 대면하고 극복함으로써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게 한다. 따라서 재난 중에 있는 사람들은 당장은 괴롭더라도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온 몸으로 마주하면서 재난의 성격과 의미, 그리고 이것이 불러온 내면의 갈등과 극복 방안을 찬찬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구조대원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전문적인 구조대원들은 재난이 발생하면 응급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투입됩니다. 이들은 구조 활동 도중에 그 자신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심각하게 손상을 입은 신체부위 또는 끔찍한 대량 파괴 현장을 목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하나라도 더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스트레스는 흔히 대원들의 작업 능률을 현저하게 떨어뜨립니다. 예로써,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구조작업을 했던 대원들은 모두 두려움, 분노, 미움, 후회와 같은 감정들로 인해 효율적인 작업수행이 어려웠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즉, 재난상황이 구조대원들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미쳐서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전교육 및 훈련을 통하여 재난 상황이 구조대원의 심리상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작업 능률을 높일 필요성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구조대원들의 신체 및 심리 반응
재난 상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조대원들의 심리 및 신체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동일시(同一視, identification)입니다. 동일시는 다른 사람이나 그의 속성을 자기나 자기 것으로 하려는 방어기제입니다. 많은 구조대원들은 희생자를 자신이나 친지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일 이런 동일시가 지나치면 더 이상 정신적으로 버텨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어린 딸을 둔 구조대원은 딸 또래의 희생자를 보면 너무도 마음이 아파 괴로울 것입니다.
다음은 무력감과 죄책감입니다.
구조대원들은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도 구하지 못하고 결국 죽게 될 때 무력감을 느끼고 심하면 죄책감에 괴로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최선을 다했던 구조대원들이 그래도 자신들에게 뭔가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하고 고민을 하면서 심적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난 현장에서 작업 중인 대원들은 피해자들을 당장 구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압도 당합니다. 피해자들의 극심한 고통과 삶에 대한 절실한 갈망이 대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이때의 고통스런 기억과 느낌이 오랫동안 심적 고통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화재 현장에 투입되었던 한 대원은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채, 살겠다는 일념으로 출입구까지 기어 나온 14세 소년이 3일 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무력감과 죄책감, 즉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는 삶을 갈구하던 그 소년의 눈빛이 좀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구조대원들의 신체 반응
세 번째는 잘 모르는 상황에 대한 공포감입니다. 연기로 가득 차 있거나 캄캄한 어둠속에서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장소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누구나 공포감과 긴장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어떤 위험이 다가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원들은 극도의 불안에 휩싸이고 심하면 해리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한 대원은 ‘연기로 가득 찬 방에 들어갔는데, 앞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내가 무엇을 찾나낼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느낌에 휩싸였다. 무언가를 만졌는데, 그것이 개라고 생각하고 순간 안심을 했다. 그러나 곧 그것이 죽은 유아의 시체라는 것을 알고 거의 기절할 뻔하였다’고 고백했습니다.
네 번째는 신체 반응입니다. 많은 구조대원들은 잠자기가 어렵고 더러는 악몽에 시달립니다. 구조 작업이 끝난 후에도 사고나 재해 현장의 냄새가 코끝에 남아있고 아무리 잘 씻어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호소합니다. 마지막으로, 대원들은 흔히 심한 육체적 피로를 느낍니다.
구조가 시급한 긴급 상황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없는 대원들은 극심한 피로를 느끼게 되고 심하면 거의 탈진이 된 상태에서 작업을 수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집중력이나 판단력에 장애가 와서 작업 능률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다시 무력감과 죄책감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간접외상
사고나 재난 시 구조나 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흔히 간접적으로 외상을 경험합니다. 간접 외상(indirect trauma)은 상상적 또는 대리적 외상, 동정적 피로(compassion fatigue), 공감적 긴장(empathic strain) 등으로도 불리는데,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돕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과 긴장, 그리고 피로를 의미합니다. 간접 외상의 증상도 직접 외상(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급성 스트레스 장애) 의 경우와 유사합니다. 즉, 사고 장면에 대한 반복적인 회상과 악몽, 생리적 각성, 회피 및 불안 등의 증상을 나타냅니다. 감정조절이 잘 안되고 늘 위축되어 있으며 대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접외상의 문제
다루는 사건과 피해자의 특성에 따라 특정한 문제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가령, 성적 학대를 당한 사람을 돌보던 전문가가 아내와의 성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거나 교통사고 생존자를 다루던 사람이 교통사고가 날까 두려워 모든 여행을 피하게 되기도 합니다.
간접 외상은 재난 피해자를 다루는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지만, 특히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여기며 괴로워하는, 즉 공감(共感, empathy) 능력이 큰 사람일수록 잘 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돕는 과정에서 종사자들은 인간의 추악함, 폭력성, 공격성, 가학성, 부조리와 비합리성, 왜곡된 인간관계, 손상된 영성과 전도된 가치관, 수치심과 공포, 슬픔, 경악, 고통, 분노 등 온갖 부정적인 모습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부정적 모습들이 자신 안에도 일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고, 인생관과 삶의 태도에도 좋지 않은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간접외상 피해 줄이기
재난 상황에 투입되어 일하는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에게 기초적인 자기관리, 즉 적당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지속적인 운동 및 충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처우 및 근무여건의 개선도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하는 일의 내용과 성격, 예상되는 어려움 및 해결방법에 대한
사전 교육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의 적절한 안배와 한 일에 대한 충분한 보상(정신적 및 물질적)이 있어야 합니다. 팀 동료와의 원만한 관계, 즉 원활한 의사소통과 상부상조 및 지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또 필요하다면 정신과 상담 및 치료의 기회도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슈퍼맨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자신도 모든 인간적인 약점과 제약을 갖고 있는 하나의 평범한 인간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지나친 과욕과 만용을 부리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은 그저 위급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애씀이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이들에게 삶의 희망과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삶도 더 큰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되고 더 나아가 인간 성숙이라는 풍요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일 것입니다.
집단 우울증
집단우울증은 공식적인 병명은 아닙니다만, 큰 재난을 당한 후에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유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흔히 쓰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현상이 자주 있었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가 주는 충격이 너무 커서 거의 모든 국민들이 우울감, 답답함, 자책감이나 죄책감, 자괴감, 무력감, 분노, 불안 등의 증상을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집단우울증이라고 부르면서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단 우울증과 대처 방안
우선 재난 중계방송을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합니다. 지나친 노출과 이에 따른 간접경험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답답하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화난 감정을 털어낼 필요는 있겠습니다. 그리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충실히 했으면 합니다.
일상생활이나 공부나 직장 일 등을 의연하게 지속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쨌든 대부분의 경우는 우울증상이 그다지 심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장은 괴롭더라도 곧 괜찮아 질 것이라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주위에 너무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외면하지 말고 옆에서 공감적 자세로 호소하는 것을 들어주면 좋습니다. 이때 이성적 설득이나 섣부른 위로는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만일 우울감이나 절망감이 너무 크거나 우울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그리고 불면, 식사 거부, 자살사고 등이 있는 경우에는 심한 우울증의 가능성이 큼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전문적 치료(약물복용 및 심리치료)를 받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