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원장 손진욱              

미꾸라지를 기르는 논에 메기 한 마리를 넣어놓으면 미꾸라지들이 통통하고 기름지게 살이 찌고, 메기 없는 논의 미꾸라지들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시들 나약해지고 병이 든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메기 논의 미꾸라지들은 메기에게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늘 긴장하면서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니 건강해지고, 메기 없는 논의 미꾸라지들은 생존의 위협이 없어 움직이지 않고 게으르게 살다보니 허약해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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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도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별 스트레스 없이 평탄하게만 살다보면 삶이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으며 삶 자체가 정체되고 발전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인간에게도 적당한 스트레스가 성장과 성숙을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되고, 삶에 활력을 주며, 긴장을 적절히 유지해 주어 창의력과 생산성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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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물론 스트레스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거나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됩니다. 흔히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듯이 스트레스는 불안, 우울 같은 정신증상과 각종 정신질환의 중요한 원인이고, 또 고혈압, 심장병, 위궤양 같은 수없이 많은 신체질환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대하여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우선 불필요한 스트레스는 줄여야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일들이 스트레스를 일으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아예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절한 생활의 안배, 일의 우선순위나 완급조정 등을 통하여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골치 아픈 일을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또 지나친 기대는 금물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녀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큰 화(禍)를 불러오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도 자주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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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도 중요합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큰, 즉 어지간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는 연구보고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울러, 여유 있는 마음 자세도 필요합니다. 차선책에 만족할 줄 알고,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짝 물러서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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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닥쳐온 스트레스는 가급적 빨리 해소시켜야 합니다.

먼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슬프면 울고, 화나면 화를 내고, 기쁘면 즐거워하라는 이야기인데, 감정표현을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겨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는 비통한 심정을 말과 행동(울음 등)으로 주저 없이 마음껏 표현해야 합니다. 즉 충분한 애도반응(哀悼反應, grief reaction)을 보여야 합니다. 물론 지나친 감정 표현으로 주위를 자극하여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만들어내서는 안되겠지만, 어쨌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출시키지 않고 마음에 쌓아두면 이것이 화(火)와 한(恨)이 되어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일찍이 영국 정신의학의 선구자 헨리 모드슬리(Henry Maudsley, 1835-1918)는 ‘눈물로 배출되지 않는 슬픔은 장기를 울게 만든다(The sorrow which has no vent in tears may make other organs weep).’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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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화가 중요합니다. 가까운 사람과의 흉금을 털어놓는 대화나 수다, 아니면 혼자 하는 넋두리나 하소연, 기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대화 등 모든 형태의 대화가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음악 감상, 노래 부르기, 산책, 등산, 여행, 간단한 술 한 잔 등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됩니다. 더 나아가 마음 속 갈등을 스포츠, 예술․문화 활동, 선행 등을 통하여 사회적이나 개인적으로 유용하게 돌려 해소하는 승화(昇華, sublimation)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건전한 종교 생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종교적 믿음을 통하여 얻게 되는 삶의 가치와 목적, 정서적 및 인지적 지지, 사랑과 자비에 바탕을 둔 삶 등은 모두 튼튼한 스트레스 방어막이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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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이완요법이 도움이 됩니다.

이완요법은 자율신경계에 의한 신체 스트레스 반응, 즉 근육이 긴장되고 혈압이 오르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의 증상을 완화 또는 해소시켜 누적된 이들 현상이 각종 신체질환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완요법에는 심호흡, 근육 이완법(점진적 근육 이완법, 자율이완법 등), 명상(주의집중명상, 지각명상 등) 등이 있습니다.

심호흡은 횡격막을 오르내리게 하는 깊은 복식 호흡으로 간편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이완법입니다.

근육 이완법은 편안한 자세로 눕거나 앉아 자신의 근육이 긴장․이완되는 현상을 관찰하고 느끼면서, 그리고 자기암시를 주면서 근육을 이완시키는 방법입니다. 근육 이완법은 편두통, 불면증, 고혈압, 천식, 변비, 소화 장애, 위궤양, 당뇨병, 요통 같은 각종 정신신체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명상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정서적 안정을 가져오며, 만성적인 통증을 완화해주고, 감정이입 능력과 동정심을 향상시켜 인간관계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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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완요법들의 자세한 실행 방법은 인터넷 등에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들 중 자신에게 맞는 한두 개를 익혀 실행하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서슴지 말고 주위의 심리전문가들, 특히 정신과 의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필요할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은 진정한 용기이고, 성숙한 자세이며, 현명한 방책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