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시대, 당신의 소비 심리는 어떻습니까?
IT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핀테크’다. 핀테크는 핀테크(FinTech)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대표적 서비스로는 페이팔, 애플페이 한국에서는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모바일결제가 있다. IT 업계의 발달로 NFC(무선근거리통신)를 사용한 최첨단 기술이 신기하고 편리하기도 하지만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를 더 만드는 건 아닌가라는 일측의 우려도 있다.
28세 지은씨는 평소 쇼핑을 즐기는데 모바일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나서 이전보다 쇼핑 횟수가 더 늘었다. 실시간으로 할인하는 품목을 알려주고 핸드폰에서 6자리 숫자만 누르면 간단히 결제되니 순식간에 한달 카드 사용 한도를 훌쩍 넘어버린다고 한다.
현대사회의 화려한 광고와 신문 광고는 끊임없이 소비 욕구를 자극시킨다. 지은씨도 쇼핑을 하면서 느끼는 만족감보다는 스트레스와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이 들어 힘들어하였다. 구매하기 전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지금 사지 않으면 못살 것 같은 불안감에 당장 사는 것이 최대한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명품 백, 구두가 내 것이 되는 순간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며 행복해지지만 그것도 잠시 내 옷장에 있는 물건은 다시 시시한 물건이 되어 버린다. 막상 사고 나면 그 행복감은 얼마 지속되지 않고 허탈해지며 또 다른 물건을 찾아 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을 찾게 된다.
필자도 정신과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던 전공의 4년 시절 시험을 준비하며 임신 중이었던 터라 스트레스가 꽤 높았다. 당시 하루에 한 시간이상 백화점, 아울렛 쇼핑몰을 다니며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쇼핑중독에 빠졌던 것 같다.
중독에는 신체적 측면과 심리적 측면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코올 중독이 있으며 도박, 인터넷, 게임, 쇼핑, 약물 중독이 있으며 운동, 일중독도 포함된다. 중독대상을 접해서 자극 받을 때 뇌에서 느끼는 쾌락에 도파민이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술, 쇼핑, 도박 등을 중단하며 쾌락 중추에 자극이 중단되어 허전함을 느끼고 계속적으로 쾌락 자극을 받기 위해 중독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강박적 구매로도 불리는 쇼핑중독은 쇼핑, 구매에 대한 부적합하고 과도한 충동이나 집착이 있어, 분별 없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하거나, 자신의 경제력보다 더 많은 금액의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빈번히 나타나는 질환이다. 단순히 쇼핑을 많이 하는 병이라기보다는 쇼핑의 충동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쇼핑이 필요한 재화를 획득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그 자체의 쾌감을 추구하는 행동으로 바뀌는 것이다.
쇼핑중독은 긴장, 충동, 행동, 만족, 죄책감의 주기를 가지고 있다. 쇼핑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하지만 사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같고 좋은 물건을 싸게 살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충동적으로 쇼핑을 한다. 그러나 쌓여가는 카드 결제 금액을 보며 패배감을 느낀다. 조절에 실패할수록 죄책감도 커진다. 자신을 아무 쓸데없는 쓰레기라고 느낀다. 무기력함, 무가치함이 점점 커진다.
쇼핑중독은 1) 소유욕 2) 우월감 2가지 심리기제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무언가를 소유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해지는 것과 유사하다. 56세 지남씨는 필요하지도 않은 사치품을 자꾸 사서 집에 장식하는 버릇이 있다. 사치품을 사는 일로 아내와 자주 다투지만 그것을 사서 진열해놓을 때 희열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 사업 몰락 이후 친척집을 전전하며 서러움을 겪었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 집도 장만하고 중산층으로 남부럽지 않게 지냈지만 과거 집이 몰락하면서 모든 것을 빼앗긴 데서 오는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소비의 상당 부분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루어진다. 내 명품 가방, 명품 시계, 고급 외제차를 보면 남들이 부러워할 거라는 상상을 통해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물질적 가치가 우선시 되면서 물질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나타난 것을 말한다.
쇼핑을 통해서 만족감을 느끼고 공허한 마음을 보상받고자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쇼핑과 관련된 자신의 심리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우울감, 불안, 열등감, 충동조절 어려움등이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스스로 냉정하게 쇼핑 행동의 의미를 직면해야 한다. 외로움, 공허함등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혹은 가난에 대한 콤플렉스를 보상하려는 쇼핑은 아닌지 꼭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
행동 요법으로는 잘못된 쇼핑 습관을 고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구매 목록을 작성할 때 사고 싶은 것이 아닌 필요한 것 위주로 목록을 작성한다.
쇼핑에 대한 접근성을 줄이는 것도 좋다. 신용카드를 없애고 인터넷쇼핑몰에 회원가입되어 있다면 탈퇴하고 광고 메일이 오지 않도록 차단한다. SNS공동구매나 앱으로 충동구매하는 경우 스마트폰 대신 일반폰으로 바꾸고 주로 오프라인매장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에히리 프롬 ‘소유냐, 존재냐’의 내용처럼 소유한 물질로 내 자신의 의미를 찾지 보다 특별히 무엇을 더 하지 않아도 무엇을 사서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그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가지고 있는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위험으로부터 생기는 걱정과 불안은 ‘존재 양식’에는 없다 - 에히리 프롬 저서 [소유냐, 존재냐]중
빠르게 변하는 새로운 금융 시대를 맞아 가지지 못해 혹은 더 많이 가져서 생기는 불안과 걱정보다 존재의 의미를 채워줄 수 있는 현명한 소비습관을 미리 만들어두어야 하겠다.
※ 동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진료문의 : T.230-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