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2% 수가 인상, 말이 되나요?"
[인터뷰] 정신의료기관협회 최재영 이사장
요즘 정신의료기관들의 움직임을 보면 마치 벌집을 쑤신 듯하다.
9년을 기다렸더니 고작 평균 2% 인상한 의료급여 수가, 5월 30일 시행되는 개정 정신보건법(정신건강복지법), 오르지 않는 의료급여환자 식대 등등.
이런 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창원 동서병원 최재영 이사장이 최근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안들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다.
정신의료기관들의 사정이 참으로 딱하다.
보건복지부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의료급여환자에게 적용하는 1일당 정액수가를 개편하기 위해 지난달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현재 의료급여 일당정액수가는 '1~180일' '181~360일' '361일 이상' 등 3개 입원구간에 따라 수가를 차등 지급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을 보면 '1~180일' 구간을 '1~90일' '91~180일' 4개 구간으로 세분화했다.
그러면서 장기입원을 억제하기 위해 1~90일 단기 입원 구간 수가를 상향 조정했다.
G2 등급을 예로 들면 현재 1~180일 입원환자의 1일당 정액수가는 4만 7000원이지만 개정안대로 하면 입원 기간이 1~90일이면 5만 1천원, 91~180일이면 4만 8천원으로 오른다.
그러나 181일 이상 장기입원하면 수가 인상을 기대할 수 없다.
181~360일 입원환자의 1일당 정액수가는 현재 4만 4650원에서 4만 5000원으로, 361일 이상은 4만 2300원에서 4만 3000원으로 고각 350원, 700원 인상했다. 9년 만에 수가 개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폭 인하로 봐야 한다.
이에 대해 최재영 회장은 "9년 만에 수가를 올리는 것이어서 기대가 컸는데 평균 2% 인상에 그쳐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대부분의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중인 의료급여환자들의 평균 재원기간이 1년이 넘고, 의료급여환자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번 수가 개편안이 시행되면 경영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장기입원을 억제하고 탈원화하겠다는 것은 좋은데 환자들이 퇴원한 뒤 갈 수 있는 재활시설은 전국적으로 몇 십 개에 불과하고, 의료급여환자에게 적용되는 정액수가를 건보수가의 58% 수준으로 주면서 제대로 치료해 조기 퇴원시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달 의료급여 식대수가를 1끼당 50원 인상하면서 유독 정신병원에 입원한 의료급여환자 식대는 3390원으로 동결했다.
건강보험 환자 식대는 한끼당 5400원이지만 의료급여 환자는 17년째 3390원. 정부가 가난한 환자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수가가 낮다고, 식대를 적게 준다고 의료급여환자 진료를 덜하고, 밥을 적게 줄 수 있느냐"면서 "그러다보니 빚만 자꾸 늘고, 대부분 병원들이 5~6년 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도저히 버틸 수 없어 요양병원으로 전환한 곳도 적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그는 "일부에서는 정신병원이 어려운데 왜 자꾸 생겨나느냐고 하는데 신규 정신과 전문의들이 취업할 곳이 없으니까 공동개원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복지부의 습관성(?) 약속 위반에 대해서도 유감을 드러냈다.
그는 "2008년 의료급여 수가가 건강보험의 75% 수준이었는데 매년 조정해 85%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하더니 그 다음해 바뀐 주무 과장은 '올려줄 명분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적정성평가를 해서 잘하는 병원 수가를 올려준다고 해서 모든 정신의료기관들이 리모델링하고, 대변기, 소변기 개수까지 맞췄지만 지금까지 한 푼도 올리지 않았다"면서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해서 수가를 조정하겠다는 약속도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최재영 회장은 "복지부는 건강보험 수가를 매년 올리면서 의료급여 수가를 심의할 의료급여심의위원회는 열지도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 수가가 오르려면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