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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자살의 전조(前兆)


    동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손진욱 부원장​

자살자들은 대부분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을 한다. 그래서 죽기 전에 여러 가지 암시를 하고 흔적들을 남긴다.

이것은 일종의 SOS, 즉 구조요청 신호이다.

우선 이들은 죽기 전에 말이나 글로 자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그러나 보통은 애매하게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이를 간과하기 쉽다. 그리고 성직자나 의사를 찾는다. 평소에 신앙심이 별로 없던 사람이 느닷없이 성직자를 찾아가 면담을 청하고,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데도 의사에게 전화를 걸거나 찾아간다. 자살하겠다는 최종 결단을 내리고 나면 전과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뭔가 모르게 위축되고, 식사량이 줄고, 말이 없어지고, 성생활을 중지한다. 종전까지 불면증이 있던 사람이 갑자기 편하게 푹 자거나 반대로 잘 자던 사람이 잠을 못 자기도 한다. 마치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보이고 어딘가에 유서를 써 둔다. 마지막 날 즈음해서는 평소 소중히 여기던 물건들을 아낌없이 남들에게 준다. 그리고 자살 직전에는 내복을 갈아입는다.

따라서 주위에 미심쩍은 사람이 있으면 이런 전조가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울증, 자살 미수, 불치의 신체질환, 가까운 사람의 최근 사망 등이 있는 경우에는 자살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더 유의해야 한다. 만일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서슴없이 다가가 따뜻한 시선으로 관심을 표시한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비난받지 않을 것 같은 안전하고 수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상대방이 마음 놓고 자신의 감정과 갈등을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도록 한다. 동정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소위 감정이입(感情移入)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살 의도가 있는지, 구체적 계획이 있는지, 실제로 시도가 있었는지 순으로 솔직하게 물어본다. 자살하려는 이유를 따지듯 자꾸 캐묻거나 도덕 및 이성으로 설득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살을 생각한다는 식의 진정성 없는 위안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의 실존은 개개인에게 고유한 것으로 보편화시킬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일 자살의 가능성이 분명하다고 느껴지면 보호자에게 알리고, 자살예방 전문기관의 도움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도록 권고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 모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주변을 한번 살펴보자. 엉뚱한 운석(隕石)의 행운에 한눈을 팔지 말고, 만일 우리가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생명은 온 우주와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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